한창 바이올린 연주에 빠져있을 때, 유튜브를 뒤적거리다 이츠하크 펄먼 (Itzhak Perlman)이라는 바이올린 연주가의 연주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열정과 몰입하는 장면을 볼때면 무한한 만족감을 느낀다. 이 곡은 바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35 이다.
“클래식을 당신 밖에 살게하지 마세요. 클래식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즐길 대상입니다. 공부의 대상이 아니에요. 명품은 클래식입니다. 진정한 명품의 세계로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어느날 비 오는 날이었는데 차가 막혀서 한 시간 넘게 차 안에 있어야 했고, 광고주 부장급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 이미 늦은 상태였어요. 패닉이었죠. 100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데 차는 움직이지 않는 상황, 말 그대로 미치겠더라고요. 그런데 CD에 서 가야금 캐논이 흘러나왔어요. 흐르는 선율에 맞춰서 빗방울이 보닛 위로 떨어지는 걸 보니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한 곡이 끝나면 다시 성질이 나다가 다음 곡이 나오면 또 잠잠해지고, 제가 들어본 가야금 연주 중 최고를 발견했죠” - 박웅현, '여덟단어' 중 -
나도 마찬가지이다. 신혼여행시, 비행기 티켓이 누락되어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미칠 것 같을 때, 사람으로 인하여 이도저도 못하는 얽히고 복잡한 상황에 있어서 특정한 클래식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목이말라 가뭄이 가득하여 갈라진 영혼에 물을 주는 기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들은 대부분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분위기가 좋다. 우리일상의 분주한 리듬속에 갓 내린 커피한잔의 향기와 여유로움 속에서 휴식의 순간을 만끽하는 기분이다. 이 보잘것 없는 커피가 음악과 다양한 향기, 분위기가 어우러져 마치 교향곡의 지휘자가 지휘하듯이 일상을 연주한다.
음악이 좋은 카페에 들어서면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들의 대화, 에스프레소 커피 내리는 쇳소리, 컵 부딪히는 소리, 배경음악과 함께 인간의 교향곡을 만끽하는 듯 하다. 이번에 예술의 전당에서 내가 100번은 들은 것 같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35 를 창원시립교향악단에서 연주한다고 하여 시간을 급히내어 갔었다.
오랜만에 다양한 영감을 받고 일상에서는 그때를 떠올리며 마치 교향곡 같았다. 음악과 예술이야말로 우리 일상의 연결, 성찰, 영감을 위한 통로가 되는 느낌이다. 어떤 무아지경에 도달했을 때, 마음의 위안과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다. 일을 할때에도 마찬가지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라이브로 들은것은 처음이다.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같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이 커피향과 함께 카페에서 영감을 만끽하는 순간인데, 마치 하나의 멈춰있는 순간인 듯 하다. 영혼이 깨어지는 느낌이다. 커피를 한 모금 음미하며 마실 때마다, 웅장한 멜로디의 음악과 함께하며 다양한 감정이 차오른다.
차이코프스키는 1878년 어느 봄 저녁에 코텍이라는 연주가에게 들은 음악을 듣고 깊이 매료되어 사흘뒤에 당장 자신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이 작곡은 매우 빠른속도로 진행되면서 창작의 기쁨에 도취되어 있었고, 25일만에 이 협주곡의 작곡을 모두 끝냈다고 한다. 지금은 아주 유명한 연주하기 어렵다는 세계 최고의 협주곡이 되었다.
우리 일상에서도 이와같은 영감을 통한 도취된 몰입감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영혼이 기뻐하는 충만한 순간! 아이디어는 시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마주할 수 있고, 어떤 스파크가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굳게 믿는다. 커피와 차이코프스키와 마주하는 사색의 순간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할 수 있는 순간이다.
여러분이 갖고있는 스스로의 사색 촉매제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