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안다팀은 "나를 대표하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몇 년 전부터 내가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등을 우선순위를 매기고 쓰다 보면 항상 세 가지로 축약이 되었다. 양육, 주식투자, 취미 생활로 하는 블로그와 독서다.
이 세 가지를 어떻게 배분하고 집중하느냐가 항상 숙제였고 지금도 어떻게 시간 안배를 하고 집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재 세돌하고 반이 지난 아이와 7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업둥이와 자기주장이 생기고 있는 첫째와 콩닥콩닥하며 어떤 날은 치열하게 어떤 날은 행복이 넘치는 하루를 보낸다. 양가가 모두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에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도 없는 독박육아라 가끔은 힘에 부치거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도 종종 있다.
무엇을 먹일지, 입힐지, 어떻게 빨리 씻길지, 시간을 얼마큼 내어 놀아줄지, 오늘은 무엇을 읽어 줄지 고민하지만 아이를 재우고 나면 충분히 함께 놀아주고 대화를 하지 못한 거 같아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좋은 엄마, 아이를 잘 키우는 엄마가 되고 싶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은 항상 저만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좋은 엄마보다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게 오히려 아이들에게도 나은 거 같아 아이들에게 해줘야만 하는 것들에서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다. 그 느슨함의 대표적인 게 책 읽어 주기다. 책을 거의 읽어주지 못하니 몸은 덜 힘든데 숙제를 계속 못하는 기분이다.
주식투자는 첫째를 임신하고 직장을 그만두면서부터 해왔는데 중간에 육아로 두어해는 거의 들여다보지 못해 엉망이 되어 버렸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장기투자자가 되어 버렸다. 손실이 많은 것들이 태반이 상태에서 다시금 관심을 가지며 원금이라도 회복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주식은 아이를 키우며 할 수 있는 나의 부업의 최선이었다. 그래도! 그래도! 집에서 마냥 노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뭔가라도 해야 될 거 같았고 그렇게 주식을 붙들고 있다. 육아와 가사를 일 순위에 맞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 않다. 아이가 낮잠을 잘 때 혹은 혼자 잘 놀 때 잠시 보는 게 다고 그것도 2~3일에 한번 보고 체크하는 게 다다.
마지막은 가장 큰 취미인 독서와 글쓰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나 정작 이것에 시간을 많이 쓰지는 못하고 있다. 독서보다는 유튜브나 블로그 글, 뉴스 등과 같은 에너지 소비가 적은 것에 시간을 흘려버린 후에야 아차 하게 된다.
큰아이가 어릴 때 블로그를 한다고 은근 여기에 시간을 들여 정작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함께 놀아주지 못한 걸 깨달았다. 그때는 이게 중요한 거 같았는데 불과 몇 년의 시간이 지나니 보인다. 아이는 그 사이에 날 기다려 주지 않고 부쩍 커버렸다. 그 시간에 아이에게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살을 비볐어야 했다.
이제는 내게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알고 블로그에 이전만큼 할애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과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돋았고 그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안다의 글쓰기가 훌륭한 수단이 되었다.
지친 육퇴 끝에 읽고 싶은 책을 보고 싶으나 읽기보다 쉬운 영상에 빠져드는 날이 많다. 책은 읽지 않아도 밀리의 서재에 읽고 싶은 책은 가득 채워 두었다. 읽지 않아도 그냥 채워두는 것만으로도 곳간에 곡식을 든든히 채워두는 기분이었다.
결혼 후 몇 년 동안 나 자신을 말할 때, 내 하루를 말할 때 항상 육아, 주식, 책 이 세 가지였고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마음이 계속 무겁고 불편하다. 그 이유는 나를 대표한다고 했으나 그것들에 대해 내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도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그래서 좋은 엄마, 투자 잘하는 사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하지만 나름 노력을 하거나 최선을 다하는 모양 또한 아니란 것에 자꾸 마음의 시선이 멈추게 된다.
평가할 필요도 없으며 그저 나를 대표하는 것을 나열하면 되는데 어느새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며 자책하고 있다.
엄마는 인내심의 바닥을 다 내보이고 아이에게 자재력을 잃은 못난 모습이다. 주식을 한다는 투자자는 시간을 들여 더 깊이 공부하지 못했고 팔랑귀로 남의 말에 더 솔깃하게 듣고 곧장 행동으로 옮겨 후회하는 일들이 생겼다. 책은 좋아한다면서 정작 읽은 책은 몇 권 안 되고 리스트에 올려진 책을 마치 다 읽은 것 마냥 치부해 버린다. 일주일에 한 번 발행하는 안다 글은 이빨 빠진 옥수수 마냥 듬성듬성 발행한다.
나를 채우는 것들을 써내려 가다 보니 진짜 나를 마주하게 된다. 자존감이 저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져있는 나를 말이다. 일전에 누군가 나에 대해 치켜세워주며 잘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분은 진심으로 말해 주었지만 내가 환하게 웃지 못한 이유는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분의 진심은 느껴지나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니 칭찬에도 웃지 못했다. 부지런하지 못함에, 인내심이 없는 것에, 꾸준함이 없는 것에, 실행력이 없는 나에게 집중하게 된다.
왜 나는 이토록 나를 평가 절하하는가를 돌아보니 내 주머니에 자존감이 몇 푼 없다. 나에 대한 자존감이 없으니 뭘 해도 못하는 거 같고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을 보게 된다.
자존감 때문임을 알게 되니 점차 마음이 편해진다. '이것 때문에 난 화가 나 있구나, 스스로에게 만족을 못하는구나' 그저 내 감정에 공감하고 내가 이래서 마음이 불편했구나를 깨닫고 나니 나를 나로서 받아들이게 된다. 없던 자존감이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님에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내 안의 아이에게 '자존감 주머니가 비어 힘들었구나' 우쭈쭈 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의도하고 글을 써 내려간 것도 아닌데 나를 대표하는 것들을 정리하다 보니 마음에 꿍함이 올라오고 다시 그 마음을 들여다 보고 어디서 그 꿍함이 시작되었을지를 바라보니 자존감이었다. 마음에 비바람이 세게 몰아치다가 다시 잔잔한 봄바람으로 바뀌는 경험을 이 짧은 글쓰기 시간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나를 바라보고 나를 이해하려는 시간이 그동안 많이 부족했나 보다. 명상이 필요한 시간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