콥이 말했습니다. 화면 너머의 그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어요. 평소의 익살스러움 같은 건 온데간데없었지요. 그럴 만한 게, 콥, 한울, 나로 구성된 우리 팀이 이번 달에 인스타그램 시작 후 최고난도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농담할 처지가 못 됐지요.
“지금 이런 말 어떤지 모르겠는데, 혼자였다면 끔찍했을 거야.”
그의 고백이 혼자일 뻔한 나를 상상하게 했습니다. 답을 찾아 헤맸지만 서서히 가라앉는 나.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도 해보지 못한 채 좌절하는 나.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며 후회하는 나. 오우-이런. 최악이잖아!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그대들 덕분에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오’ 같은 간지럽고 달콤한 말을 건네고 싶더라고요. 평소 표현을 잘하는 사람인데도 그날만큼은 어쩐지 쑥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하며 소리를 질렀어요.
만일 지금의 어려움을 살아온 시간에 대한 성적표라 생각했다면 도무지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웅크려 들었을지도요.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동안 확인해 온 인생이란 건 그다지 대단할 게 없었어요. 필연과 우연의 숱한 교차랄까. 근데 이 별것 없는 사실이 고통의 한복판에 있는 지금 그렇게 위로가 됩니다. 하여, 눈앞에서 터지는 수많은 인과의 결과를 여행자처럼 바라보고 있어요. 힘든 가운데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건 이런 이유일 겁니다.
오늘을 허용하면, 감사할 수 있습니다. 감사하면 행복하고요. 몹시 합리적인 듯한 머릿속 생각들이 망상일 뿐이라는 것도, 오늘을 인정할 때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시절 따라 나타난 것들을 찬탄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삶이 가벼워지더라고요. 생이야말로 날 것으로 펄떡이는 생명체 아니겠습니까? 가두고 기르는 것이 불가능한 그것과는, 그저 경험하고 배우며 어우러져 사는 것이 최선입니다.
요즘 일상을 3 풀로 살아가려 애씁니다. Playful(놀 듯이), Mindful(유념하며), Joyful(기쁨으로)이 그것입니다. 삶은 해석하는 것에 따라 달라지더라고요. 겪어야 하는 것들은 놀이하듯 경험하되, 그 안에서 깊이 유념하며 배움을 만들고, 선물처럼 찾아오는 모든 것들을 기쁨으로 여긴다면, 그것이야말로 잘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위기의 우리는 1년 3개월간 해오던 콘텐츠 강의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진행하던 코칭도,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챌린지도 모두 멈추기로 했어요. 이 같은 결정은 여러모로 힘든 일상을 초래할 게 분명합니다. 들어오던 수입이 중단되고, 또다시 길을 잃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그래서인 것 같아요. 내 안의 두려움 대신 세상을 믿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세상은 정해진 규칙에 의해서만 운행합니다. 인과. 그것은 필요한 것을 심으면 그것 그대로 발화한다는 아주 심플하고 명확한 원칙입니다. 이것이 신의 몫이라면, 나의 몫은 무엇을 심을까를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는 자유와 사랑을 심어 보기로 했습니다. 꾸준히 시간-공간-인간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되, 시간-공간-인간을 무한히 사랑해보려고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널뛰기를 하는 나보다는 세상이 훨씬 좋은 투자처이지 않나요?
헛되이 부풀려진 생각과 마음은 이만 내려놓고, 어렵게 주어진 휴식의 시간을 잘 활용해 보겠습니다. 검은 허공에 고요히 잠기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고 싶어요. 태양과 함께 눈 뜨고 별이 빛나기 전에 눈을 감는 하루를 만드는 데도 정성을 쏟아 보렵니다. 앞서가는 이들에게 지혜를 배우되 그것이 곡해되거나 상하지 않도록 고이 담아 묵상하고 싶고요. 작고 세세한 습관을 들이는데도 애써보겠습니다.
최근의 굴곡진 기세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상상해 오던 미래가 하나, 둘 삶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인스타 계정이 성장과 정체를 반복하면서도 3.2만에 이른 것도 그렇고요. ‘어른공부’라는 주제로 대중과 소통하게 된 것도 ‘죽는 마을’의 촌장을 꿈꾸는 나의 바람과 닿아있습니다. ‘소울아키텍트(내면건축가)’라는 별칭도 그렇고요. 일일이 꼽는다면 킬킬 웃음이 삐져나올 만큼 많은 일이 삶에 드러났습니다. 이런 게 기적이라면, 나의 최근은 기적을 수확하는 거대 농장의 농장주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 Good Vibe. 반짝이는 물결에서 행복하게 꿈틀대는 내가 되어보렵니다. 그러기 참 좋은 봄 아닌가요?
꿈꾸던 그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것을, 깊은 밤 끝에 해가 뜨는 것만큼이나 확실히 압니다. 아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