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본래의 상태
우리는 본래 자연이다. 그러니 우리 삶의 방식은 자연스러우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부터인지 꼬이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삶은 엉킨 실타래가 되어가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뭐든 그저 해야 할 일을 받아들이고 해나가다 보면 될 일은 되고 안될 일은 안된다. 그래도 꼭 안되는 것도 아니다. 내 예상이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같은 방향으로 간다면 결국은 원하는 대로 간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크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연과 조건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저 밖의 자연처럼, 스스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한다는 마음으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내 맘대로 안되면 포기하고 싶고, 걱정하고 불안하고, 그렇게 생각이 많아지면 복잡하고 저항이 생겨 그 일을 계속 해나가기가 힘이 든다. 힘이 들면 또 억지노력을 한다. 그렇게 오래 버티다보면 번아웃이 오거나 포기하게 된다.
엉킨 실타래가 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을 차분히, 하나하나 자기 속도대로 해나가면 훨씬 힘이 덜 들고 성취율도 좋을 텐데 말이다.
이 자연스러움,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 자연이다. 현실은 그저 스스로 알아서 인연따라 굴러간다. 나는 그저 작은 원인만을 제공할 뿐이다. 그 모든 과정에 내가 다 개입하고 조종할 수 없다. 내가 이 모든 현실의 인연과 결과를 다 컨트롤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이었다. 그런데 난 늘 이런 망상 속에 살았다.
그래서 힘이들고 복잡하고 저항감이 들었다. 이제서야 조금씩 그 말들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가고 있다.
힘을 빼야 한다가 아니고 힘이 저절로 조금씩 빠지고 있다. 알아차림이 스스로 방향을 틀어준다.
이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차분히 대응해 나가는 것, 별 분별없이 단순하게 해나가는 것, 그것을 어릴 때부터 배우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어른의 엉킨 실타래는 아이에게도 영향을 끼쳐 아이에게도 서서히 억지노력을 시켜가며 꼬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째든 다시 배워가야 할 점은 더이상 삶을 꼬지 않는 것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천천히 차분히 묵묵히 싫든좋든 해나가는 것이다.
받아들임, 완전한 항복,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싸우지 않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함께 가는 것. 내가 원하는 것들을 선호하되 집착하지 않는 것.
눈 앞에 펼쳐진 현실과 싸우는 것은 진리와 싸우는 것과 같다고 한다. 진리와 싸워서 어찌 이길까?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잘 받아들이고 잘 존재하기 위해 열린마음이 필요하다.
나는 불교는 아니지만 삶의 지혜는 서로 통하는 것 같다. 요즘 유튜브에서 법상스님의 마음공부 말씀을 들으면 너무 재미있고 마음에 와닿는다.
이런 거 초등학교부터, 아니 유치원부터 배워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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