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카드에 카드등록이 안되어서 혼자서 해보려고 찾아보았는데 잘 못찾아서 카드사에 전화를 했다.
응대해 주시는 직원분이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기분이 좀 나빠보이는 딱딱한 응대가 이어졌다.
등록하는 방법을 문자로 보내준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앱이 열려있으니 잠시만 도와달라고 했다. 카드등록은 아주 간단했다.
그런데 전화를 하는 내내도 느꼈지만 끊고 나서도 ‘왜 이렇게 불친절하지’ 긴 통화도 아니고 간단한 일이고 간단히 끝나는 일인데도 불친절한 태도에 전화를 끊고도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든 일은 해결되었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알아차림이 생겼다.
‘내가 생판 모르는 사람의 기분까지 신경쓰고 있었구나’
그 사람 기분이 좋든 나쁘든 나는 내 일만 해결하면 되는 것이고, 더구나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기분까지 따져가며 나와 연결짓고 있었다.
평소같으면 한참을 그 기분을 떨쳐내려 속으로 그 직원에게 불평을 한참 쏟아낼 판이었다.
다행히 그 무의식적인 반응을 하지 않았고 나는 차분히 돌아보며 내가 일상속에 얼마나 쓸데없는 감정소모를 하고 있었는지 알아차리게 되었다.
전에 아니타 무르자니의 <두려움없이, 당신 자신이 되세요>라는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체크리스트를 해보니 나는 초민감자에 해당했다.
함께 있는 공간의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편안해야 그제서야 나도 편안해 질수 있는 성향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함께 하는 타인들의 기분상태에 민감하고 신경이 많이 쓰였다.
오늘 일은 나에겐 큰 도움이 될만한 알아차림이었다.
평소에 내가 타인에게, 특히 타인의 감정에 덜 신경쓸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황당하다. 내가 내 감정도 다 컨트롤하지 못하는데 심지어 가까운 가족들이나 친구들의 감정도 내 맘대로 할 수 없고 사실 신경쓸 이유도 없는데, 그들의 감정은 그들에게 맡겨두면 될 일인데, 그동안 타인의 감정을 마치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마냥 신경쓰고 살았다니 말이다.
엄청난 착각이었다. 그들의 감정은 그들에게 맡기고 나는 내 감정이나 잘 보살펴야겠다.
내 눈치나 보면서 말이다. 타인의 감정을 살피고 눈치를 보느라 정작 내 눈치는 살필 여유가 없었다.
그러려면 그때그때 잘 알아차림을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