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나의 삶을 매 순간 특별한 이벤트처럼 바라본다면 어느덧 삶은 견고해진다. 익숙한 풍경과 평범한 일상에 파묻히다가도 매 순간 '띵동' 하면서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고 더 큰 범위, 즉 광활한 우주의 동그란 지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삶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다.
"너 요즘 너 바쁜건 알겠는데,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너 자신의 삶은 조금 망가져있는 것 같아." 남편이 얼마 전 해준 말이다. 잠깐 정신을 놓아버린 순간, 집에있는 식물들이 풀이 죽고 장롱 속의 옷가지들은 내가 생각한 것 처럼 가지런히 내가 처음 구상한대로 정리가 되어있지 않았으며 책상과 서랍, 각종 가방들은 겉모습만 깨끗할 뿐 내부의 깊숙한 곳에는 무작위 카테고리들이 뒤섞인 잡동사니들로 근본없이 가득차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티타임을 못했더니 각종 tea 를 마시기 위한 다도 도구들이 먼지가 조금씩 쌓여있었으며, 피부가 예민해서 구석구석 먼지를 하나도 없이 청소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 이지만 몇 주사이에 금방 선반 밑과 침대 옆 구석구석 먼지가 쌓여있었다. 요리나 채소를 썰어보는 행위조차 하지 않은지 어느덧 몇 주가 지났다.
'정신을 차리고 하나씩 정리해보자'
집에 있는 각종 전신거울과 화장실 거울의 먼지를 닦고 화장실의 아주작은 구석까지 찌든때를 벗겨낸다는 것이 별 것 아니지만 나의 마음까지 말끔해지는 기분으로 즉각 변환시킬 수 있다. 몇년 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때에도 출근을 하면 음악을 틀고, 유리세정제를 칙칙 뿌려 유리를 열심히 닦았다. 내 마음가짐에 따라 운영하는 매장의 유리가 깨끗하기도, 흐릿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꼭 식당이나 제품을 파는 매장을 갈 때 유리부터 본다. 매장이 유리로 되어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사장 또는 아르바이트생의 마음가짐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조차도 화장실의 청결, 향기로운 핸드워시와 바리스타의 공간이 정돈된 모습을 보면서 아주 작은 것에서 '참 신경썼구나' 를 느낄 수 있다.
대궐같은 크고 멋진 공간은 아니지만 매일 마주하는 나의 소중하고 아기자기한 집, 그리고 사무실 책상위의 소소한 물건들이 나의 일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준다.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여행을 다닌다 한들, 평범한 일상의 모든 순간들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매일 마주하는 사람들과 평범한 공간 속에서 나의 마음가짐과 정신상태가 그대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지나가던 길가의 작은 풀떼기 조차도 각자의 자리에서 바람을 가르며 자연스럽게 생명력을 드러낸다. 단 10분이지만 당근과 오이와 같은 채소를 썰고 작은 도시락에 챙겨오는 행위,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따뜻한 홍차를 마시는 행위, 설거지통에 모든 음식물쓰레기와 찌든때를 말끔히 제거하는 행위 등은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위대한 행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