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집에서 임종하는 일.
대학병원 재택의료팀에서 일 했을 때, 임종이 임박한 말기암 환자와 그의 보호자를 여러모로 채비하여 집으로 퇴원하게 하기도 했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환자, 의료진, 가족들이 합심했다. 집에서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처방부터 법적인 문서, 가족들의 마음을 돌보는 일까지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분명 의미 있는 일이었다. 집에서 임종하고 싶어 하는 환자들도 꼭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보단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임종을 맞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으리라. 가족들은 환자의 그런 마음을 지켜주고 싶어 했다. 그들은 돌봄이라는 가장 적극적인 사랑을 표한다. (환자를 집으로 모시지 않는다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여건도 고려해야하므로.)
내가 집에서 임종하는 일.
다시 말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임종을 맞는 일,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정말이지 끝장나게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희소식이라면,이 꿈은 2인칭으로 존칭되는 인물들을 사랑하면 어느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3인칭 너머의 사랑을 생각하는 분들에겐 여느 모든 곳이 집이리라)
나부터 인정한다. 우리집안의 2인칭 인물들, 남편, 아이들만도 진심으로 챙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수 많은 헐리우드 영화 속 주인공들이 가족만 지켜내도 영웅이 되지 않는가. 불현듯 내가 의식을 잃었을 때 내 몸을 챙겨줄 사람, 그게 가족이든 지인이든 그들과의 관계가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가 임종의 꿈은 2인칭 인물들에 대한 사랑앓이로 마무리된다. 그래, 우선은 내게 가장 중요한 이것부터.
죽음을 생각하다보면 늘 삶을 생각하게 된다고. 재가임종의 꿈은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문장을 실감나게 한다. 그래, 어쩌면 사랑타령은 알파와 오메가, 처음이자 끝이다. 마지막 삶의 문턱에서, 내가 받을 질문은 단 하나다.
"그래서 얼마나 사랑하다 오셨나요?"
사진 : Unsplash의 kino
'죽음', '생과사'를 사유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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