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에 대한 생각과 죽음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나, 그것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가 지금 현재 나의 삶의 태도와 의미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사후세계가 아주 디테일하게 궁금하지도 않고, 종교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모두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현재의 내 인생이 무탈하게, 편안하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신 과 같은 존재' 또는 '영적 존재' 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고, 누군가가 날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현생을 떳떳하고 용기있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강력하게 인지하면서 살아가는 말 중의 하나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이다. 이는 라틴어 문구인데, 죽음을 기억하라, 잊지말라 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이기에 죽을 수 밖에 없고, 이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남편에게 받은 오늘의 꽃 한다발에 감탄하고, 오늘 밥상위에 올라온 계란후라이가 반숙이 참 잘된 것에 감탄하고, 오늘 하루 집중이 잘 된 것에 감사한다.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감사한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면 결국 생을 마감할 때 충만한 마음으로 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죽게되더라도 말이다. 사실상, 나라는 인간은 당장 내일이라도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뜻) 우리 큰할머니도 기차에 치여 젊은 나이에 갑자기 즉사하셨었다고 한다.
지난 달, 1년 전 부터 미리 유명 업체를 알아보고 다양한 방면에서 준비했던 할아버지의 파묘와 이장. 처음부터 끝 까지 모두 지켜보았고, 난생 처음으로 돌아가신 분의 뼈를 직접 보았다. 파묘하러 가기 전에는 무섭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막상 가보니 무섭다기보다는 숙연해졌다. 돌아가신지 약 50년, 할아버지의 뼈를 보고 뼈가 많이 안남아서 점점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영혼은 어차피 빠져나가 어디론가 가셨을 것이다.
지금의 내 몸도 결국 내 영혼이 깃든 생명체이다. 내 몸은 우주의 먼지와 같은 존재이겠지만, 나 하나의 영혼의 존재로만 봤을 때는 또 다시 우주와도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한한 존재이기도 하며, 삶과 사람, 그리고 관계 등의 모든 라이프사이클을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영혼의 그릇을 키워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다시한번 인지해본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