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걸 보자마자 2년여 전 안다에서 새벽모임을 가졌을 때 한 분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가족의 부고로 자신도 위로가 필요하고 힘든 상황에서 어른들이 "엄마를 잘 챙겨 드려라"라고 했던 말이 상처였다는.
그랬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더더욱 세상은 어른들 위주로 돌아가고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보다는 어른들이 맞닥들인 현실적 고통을 더 바라보게 되나 보다. 어른들이 어른들에게 할 위로는 공감을 동반한 위로가 가능하나 이미 자신들에게 지나버린 시간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는 위로가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나 또한 다섯 살에 두 살 터울의 언니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으나 위로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어른들 눈에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다. 그저 지루 할 수 있을 장례식에서 먹으라고 건네주는 사탕이 다섯 살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위로의 전부였다.
언니의 관 위에 언니가 가는 길에 먹으라고 놓아둔 사탕을 "왜 사탕을 여기에 두었어?"라고 물었으나 차마 언니 먹으라고 놔뒀어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 말을 하면 왠지 어른들이 울 것 같았고 이미 많이 운 엄마를 더 울리고 싶지 않았다. 위로받지 못한 나는 나의 고통을 꺼내 보일 수 없었고 위로받는 사람을 나도 위로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상처를 온전히 내보이지 못한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언니의 죽음의 순간과 장례식장이 생생히 떠오른다.
이전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넘겼을 기사였으나 안다 모임에서의 나눔을 통해 아이들의 고통과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대통령은 위로의 의도였을지 모르나 전혀 동생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했을 말에 대해 댓글을 안 남길 수가 없었다.
"누나를 잃은 동생도 위로가 필요하다. 고통받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을 보살피라는 말은 위로가 될 수 없다"
나와 유사한 댓글을 남긴 사람들이 많았던 것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대통령 부인의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일까, 이것도 아니면 카메라를 의식한 계획된 것일까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다음날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11월 2일 김건희 여사는 노원의 한 장례식장을 방문하여 부모에게 "사고를 막아내지 못해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었고 8세 동생에게도 "어른들이 누나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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