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됨을 토로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가만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너무 괴롭겠다 ㅠㅠ' 하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저릿해요. 삶이 고난 중에 있을 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쩔 수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자신의 권한과 능력을 벗어나 버렸다'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내 인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내 권한과 능력을 벗어났다니! 주도성을 잃은 사람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지요.
다만 이것 하나는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1)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어쩔 수 없는 것인지, 2)선택지가 있는데도 어쩔 수 없다며 고집하는 것인지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1)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은 진짜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나로 태어난 일은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나를 낳아준 부모, 가정환경과 같이 성인이 되기 전 일어나는 대부분의 것들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이것들이야말로 정말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을 고민하고 갈망해 봐야 답이 없습니다. 이럴 때는 시원하게 내려놓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마음을 묶어두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 가겠다 마음먹으면 그때부터 삶은 달라집니다. 드디어 어른의 삶이 시작된 것이죠.
육체 나이가 몇 살을 먹었건 내려놓음의 미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여전히 어린이에 가깝습니다. 되지 않을 일을 고민하다 병이 나고 씩씩거리며 삶을 불만족스럽게 살아봐야 달라질게 없잖아요. 풀리지 않는 분을 주변에 풀기라도 하면 그만한 꼰대가 따로 없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되는 일이 없을 거라는건 불 보듯 뻔하고요. (되어가는 일도 불만 투성이일테니 일종의 답정너 인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2)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아니 먹고살아야 하는데 회사를 그만 둘 수는 없잖아요?'라고 물으신다면, 그것 역시 당신의 선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요한 건 '이것밖에 없다'고 여기는 생각입니다. 생각 하나에 매여 우리는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 왜 생각을 붙들고 있는 거지요?
모두 가지려 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좋다는 것들-타인의 인정, 경제적 여유, 안정적인 생활, 인 서울 아파트, 고급 승용차같이 끝도 없이 풀어낼 수 있는 수많은 좋다고 알려진 것들이 나에게도 정말 좋은 것인지 검토하지 않은 채 다 갖고 싶어서일 겁니다. 그럼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납니다. 말만 나답게 사는 것이지, 하나도 나답게 사는 게 아닙니다. 선택의 총합이 지금 나의 삶 아닌가요? 그러니 나답게 살고 싶다면 진짜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그걸 선택해야 합니다. 모두 갖는다는 건 불가능해요.
이렇게 말한다고 제가 "퇴사 만세!"를 외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누군가의 나다움은 회사 안에 있기도 합니다. 무엇을 선택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나답게 선택되었는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선택인가가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어떠한가요?
"어쩔 수 없음을 스스로 선택하면,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 게 됩니다."
데일리 워케이셔너라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방법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삶은 너무 많은 '어쩔 수 없음'을 안고 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마케팅 일을 해야 하고, 일도 놀이도 아닌 상황들을 자주 맞닥뜨려야 하며, 경제적+시간적 롤러코스터를 타기 일쑤입니다. 만일 이 같은 '어쩔 수 없음'들에 매일 "어떡하지?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닌데?"라고 대응했다면 제 삶은 끝도 없이 불행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의 전? 흐흐, 많이 행복합니다.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명랑하고 지혜로운 어른이라이프 크리에이터로 살아가겠다는 결정은 제가 한 거잖아요. 그러니까 초반의 어려움과 고됨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임계점을 넘기까지 불안, 노력, 애씀의 시간이 필연적이라는 것을 압니다. 머리 싸매고 고민해 봐야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매 순간 감탄하며 풍요로이 즐기려고요. 그랬더니 모든 순간이 재밌어졌습니다. 상황이 바뀐 게 아니라 태도가 달라졌을 뿐인데도요.
"고난이 기본값이고, 환희는 옵션입니다."
내려놓음도 주도적으로 하면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음에 매이지 말고 시원하게 인정합시다. 그리고, 씩씩하게 나아가면 됩니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을 수용하고 걸어가는 그 길도 길입니다. 그것도 인생이에요. 째깍째깍 흘러가는 인생을 속절없이 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뉴욕에 갈 거거든요! 야호~
※ 참고: 저의 올해 단기 목표가 겨울 뉴욕을 만끽하는 것이랍니다~ 모든 게 원하는 것을 향해 이루어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