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결정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최근에 그것에 관한 책 <결정수업>을 보았습니다. <결정수업>의 저자는 여러방법들 중 하나로 원근법을 활용한 의사결정 모델을 제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이그나티우스의 <영성 수련>과 칩 히스와 댄 히스의 공저 <자신 있게 결정하라>(웅진하우스 역간)의 내용을 언급하는데요. 두 책에서는 공통적으로 '선택을 할 때에는 나와의 적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공통적으로 말합니다.
저자는 히스 형제의 “결정하기 전에 거리를 확보하라”를 소개하며 감정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질문법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미국의 비즈니스 저널리스트 수지 웰치가 고안한 10-10-10 방식을 인데요. 이렇게 질문해보는 겁니다.
‘이 결정을 내리고 나서 10분 뒤에 나는 어떤 느낌 일까?,
’10개월 뒤에 나는 어떤 느낌일까‘
’10년 뒤에 나는 어떤 느낌일까?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결정에 영향을 주는 ‘단기적’감정을 중장기적 감정이 일어날 시점에 갖다 놓음으로써 ‘단기적’감정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저자의 이런 제안에 십분 공감합니다. 다만 이 내용에 보태어 수지 웰치의 질문을 결정에 잘 활용하려면 각자의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와의 거리두기를 위해서도 관점은 필요합니다.
나 ------------------- 관점 --- 결정
돈에 대한 관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저와 남편은 돈을 보는 비슷한 관점이 있는데요.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돈은 어차피 싸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기쁜마음으로 돈을 쓰면(기부하거나 부모님께 드리면) 그 돈은 알아서 가치를 갖게 된다
관점을 통해서 정하면 각자의 경험을 위해 돈을 쓸까말까 결정할 때 또는 양가부모님의 여행 경비를 드릴까말까를 판단해야 할 때 크게 고민되지 않습니다. 지금 나는 당장 돈이 아깝고 주식을 사두면 10년 후에는 더 가치가 있을텐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위에서 말한 ‘관점’을 통해 결정했기 때문에 10분 뒤, 10개월 뒤, 10년 뒤 나는 어떤 느낌일까를 떠올리면 일관성있게 괜찮다라는 느낌이 듭니다.
내 관점을 통해 나와 그리고 세상과 일정한 거리두기를 했으므로 이 결정은 ‘나중에도’ 괜찮은 결정으로 결론지어질 수 있습니다.
<결정수업>의 저자는 이 방법에 더해 이그나티우스의 <영성 수련>에서 제시하는 세 번째 기술을 소개합니다. 그것은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 있다’고 상상해보는 것입니다. 결정을 할 때 ‘자신이 내일 당장 죽는다’라거나 ‘3개월의 시한부선고를 받았다’라고 상상해보라는 문장들도 자주 보셨을 거예요. 생이 끝난다고 가정해보고 결정하는 것이지요. 저는 여기에서도 역시 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여러 관점들 중 ‘사후에 대한 관점’ 말이예요.
내가 사후 세계를 어떻게 조망할 것인지에 따라 죽음의 문턱에 선 내가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집니다. 삶은 심장이 멎는 순간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죽기 전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내용은 크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루는, 즉 돈이나 성공을 바라보는 관점을 세우는 것 만큼 죽음이나 영혼, 사후세계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후에 대한 관점으로 내가 죽음앞에 이르러 생전에 내린 결정이 괜찮았는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니까요.
이런 이유로 죽고사니즘에 대한 나만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즘이란 말이 거창해보일지 모르겠어요. 저는 브런치북 <임종방 찬가>속 글들을 통해 ‘어떤 장소에서, 누구에게 둘러싸여 죽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사람들이 홀로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임종 장소에 대해서는 타협하고 싶지 않은 뾰족한 관점을 가지고 있지요. 다만 그것만이 옳다기 보다는 제 관점을 알게된 타인이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점검해보면 좋겠단 생각입니다. 각자가 숙고를 통해 이러이러하므로 나는 병원에서 혼자서 죽어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그것 또한 존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