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스럽게도 면접의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와 나눈 이야기, 친구의 다정한 위로, 가족과의 따뜻한 저녁밥 덕분에 쉬이 일상으로 돌아왔거든요. 문득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상이 다시 보였습니다. 서로를 향한 달콤한 목소리, 애정 어린 눈빛, 온기 가득한 대화가 귀하게 느껴진달까요. 관계를 떠나 사람으로서 갖는 유대감, 친밀감, 동질감 같은 것들이 비교적 흔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꽃밭이어야 누릴 수 있는 행복이더라고요.
언제나 부재는 존재를 증명합니다.
없어봐야 안다는 얘기죠. 어제의 면접도 그러했고, 독감을 앓고 있는 아이 덕분에 충분히 자지 못하는 밤잠도 그렇고요. 모두 없고 보니, 아 역시 중요해,라며 다시 새기게 됩니다. 이쯤 되면,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 정말 맞습니다. 있을 때 잘해야 합니다. 만고의 진리예요.
어젯밤, 새벽 4시까지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요. 현실 같은 꿈을 꿨습니다. (뭐, 어차피 현실도 꿈이니까. 꿈과 현실의 구분은 큰 의미가 없겠습니다.) 꿈에서 제게 한 달의 살 시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뇌와 관련 있는 병에 걸린 것 같았어요. 굉장히 많은 사람들 속에서 복잡한 분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참 편했습니다. '아이들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야지', '친정집에 가봐야겠다'라는 생각을 잠깐 했고, 남은 시간만큼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그러곤 곧바로 깨긴 했지만요.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하잖아요. 동의합니다. 그래서 애가 탑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더 귀하게 쓰고 싶어요. 아주 조금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꽉꽉 채운 감사와 사랑으로 살다, 언제 어느 순간에 떠나더라도 후회가 없길 바랍니다. 그 마음을 다시금 일깨워준 어제의 경험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진심입니다. 이 마음이 진심인 게 더없이 또 감사하고요.) 덕분에 오늘 모든 순간을 너무나 알뜰히 행복했습니다. 정말 될놈될. 될삶될. 나의 인생이 이렇게 감사의 물결 속에 춤추고 있음이 너무 기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