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컬러감이 내 눈을 사로잡을 때, 나뭇가지와 새싹이 돋아나는 푸른빛의 잎사귀 사이사이로 맑은 햇살이 나를 마주할 때,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소리와 바람소리가 잘 어우러질 때, 얕은 바람으로 인하여 잔가지와 꽃가지가 산들거릴 때, 비로소 지구의 모든 조화로움이 내 인생을 감싸안아주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집을 나섰다. 강 건너에 있는 서울숲을 찍고 옛날에 살던 동네의 어느 산책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지에 예민한 나는 미세먼지와 매연이 가득한 도심길을 피해 흙 묻은 곳으로 향했다. 4월 중순의 주말한가득 이어폰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온전히 자연과 사람들의 북적대는 소리에 집중했다. 어떤 이들은 이런 걷기를 "마음챙김 걷기" 라고도 하는데 그저 나에게는 일상일 뿐이다. 푸른 풀과 꽃들이 가득한 공간에서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함께 내 머릿속의 모든 '생각 잔가지'들을 털어버린다. 하루 정도는 나 자신은 한나절 깊은 침묵을 하되 주위의 모든 시각,청각,후각,촉각에 집중해본다.
나는 모든 오감에 민감한 편이다. 마치 노랑,핑크,보라,초록,파란색 컬러들이 햇빛 가운데에서 춤을 추면서 다양한 향기들과 바람의 느낌과 함께 나만이 느낄 수 있는 단 한번 뿐인 걸작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걸으면서 하는 명상은 앉아서 하는 명상과 본질적으로는 흡사하다. 나를 현재로 이끌고 나를 감싸는 온 지구의 역동적인 상태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그 안에서 그저 존재하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컬러풀한 향기를 느끼는 그 순간 만큼은 그저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방식이다. 평소에는 복잡한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일들이 너무 잦기 때문이다. 일상 속의 나 자신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며, 어쩔 수 없이 감정까지 움직일 때도 수도 없이 많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감정과 생각들은 허상일까? 진짜일까?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상상은 진짜일까? 허상일까? 내가 정신적으로 소음이 잦을 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내가 하는 상상요법 세 가지 방법이 있다. 1. 강가로 던져서 돌덩이처럼 가라앉히거나 2. 생각주머니에 넣어 밀봉하여 쓰레기통에 넣거나 3. 지우개로 쓱쓱 지워버리거나
어느 누구도 나에게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상황을 내몰지 않았다. 다만 알아차릴 뿐이다. 모든 주변인들의 문제까지 내 인생으로 끌어들일 필요도 없고, 나만의 적절한 바운더리를 만들어놓아야 한다.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라는 인간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 큰 방향을 향해 가는 모든 과정들 사이사이에서 일어나는 내가 마주하는 모든 순간들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현존' 한다는 것이 아닐까?
지구의 수 많은 영혼들은 각자의 역할을 해 나가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연결되어있는 것 같다. 명상을 할 때에도 이 보이지 않는 어떠한 연결성을 느낄 때가 있다. 다양한 '행복설' 들이 있지만 본질적인 행복은 휩쓸려오는 것이다. 진짜 행복은 어떤 이유로부터 오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저 존재하는 것이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 완전한 행복이다.